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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전략

가수는 부르는 노래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불리는 이름때문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계속 불러도 자꾸만 까먹는 이름도 있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 개명하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많다. 더구나 부캐라고 해서 새로운 별명까지 부르는 시대다.

이름은 기업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브랜딩의 출발점이라고해도 맞을 것이다. 풀무원은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기업에 철학을 담은 사명으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0대 종합식품기업까지 올랐다. 제품력과 마케팅 능력도 있겠지만 친환경, 유기농 등의 이미지를 잘 녹여낸 ‘풀무원*’이라는 이름의 파워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항해하다는 뜻의 Navigate와 ~하는 사람이라는 -er의 접미사가 붙어 만든 ‘네이버’도 기업의 본질과 가치를 함축적으로 잘 드러낸 이름이다.

이와는 반대로 회사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그룹사들의 이름을 보자. 삼성, 현대, 선경, 대우 등등,,,뭐 특별할 것도 없는 이름들이다. 그런데 그룹의 부흥과 쇠퇴, 그리고 여러 관계사들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이름이 가진 이미지들이 굉장히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의도하지 않는 장점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현대’라는 이름의 이미지 변주는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다. 현대차, 현대건설, 현대스틸, 현대카드,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등 등 현대를 뿌리로 했지만 이미지와 분위기는 전혀 다른 회사들이 존재한다. 한번 눈을 감고 위에 있는 회사들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참 재미있다. 같은 ‘현대’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지. 한편으론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면면을 보고 있자니, ‘현대’가 아니라 ‘현재’나 ‘현실’이라고 해도 성공했겠다는 좀 엉뚱한 생각도 든다. 물론 ‘현실백화점’ 이런 건 좀 이상하겠지만.

이렇게 현대라는 이름의 성공을 보고 있자니 꼭 부르기 좋고, 의미도 좋은 이름이 정답은 아닌 듯 하다. ‘현대’를 사용하는 회사 중 특히 현대카드의 경우는 처음부터 새로운 개념과 스타일로 카드 업계에 주목을 받아왔다. 물론 현재도 그러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가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유통사들 중에서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문화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대중적 이미지 보다는 한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미지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클래식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회사로 다가온다. 이들 세 회사들의 이미지만 떠올린다면 모두 ‘현대’의 표기를 쓰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다르다. 더구나 우리에게 익숙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뚝심과 열정의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금융사, 유통사라는 업의 특징이 있지만 말이다.

현재 쓰고 있는 그 많은 ‘HYUN DAI’ 로고들을 모아보자, 마치 ‘HYUN DAI’라는 브랜드 로고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처럼 보인다. 각각의 영역에서 ‘현대’라는 이름을 자신들의 회사에 맞게 해석하고 업의 가치를 표현해내고 있다. 마치 재능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쌍둥이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나의 이름을 가진 기업이 다양한 이미지로 포지셔닝 해가는 걸 분석하다보면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늘리고자하는 기업들에겐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이름이라는 자산을 연계해가는 게 좋을지, 아닐지도 판단할 수 있고 사업 확장에 따른 시각적 연계성도 미리 대입해 볼 수도 있다.

현대라는 이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현대’라는 이름을 계속 써오면서 회사는 브랜드 자산을 형성해왔다. 그런데 이 건 전통 기업이 아니면 흉내낼 수 없다. 밋밋한 이름을 특별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요했는데, 짧게는 몇 십년 길게는 백년이 걸릴지도 모를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같은 현대지만 참 다른 현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을 만들어낼 무언가가 중요하다고. 현대라는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각각의 회사들은 참 다른 방식으로 경영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