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브랜드 리뉴얼한 핸드메이드 플랫폼인 ‘idus(아이디어스)’의 로고를 보면서 디자인 포인트의 위치가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문자 ‘d’에 원포인트를 둔 로고는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새롭고 특별한 브랜드 이미지를 재탄생했습니다. ‘실’ 모양의 ‘연결’이라는 컨셉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의 포인트를 참 적절한 자리에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써왔던 로고를 보면 ‘id’와 ‘US’을 최대한 분리하기 위해 사각 테두리 박스로 분리시키고, 소문자와 대문자로 달리해 두 단위를 나누기 위해 엄청나게 애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idus (아이디어스)’로 읽을 때, ‘i’아이 ‘dus’더스로 잘못 읽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d’ 하나를 강력한 포인트로 두는 디자인 리뉴얼 전략 하나로 해결이 됐습니다. 굉장히 절묘한 선택입니다.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이 포인트를 찾아내기 위해 디자이너가 했을 많은 고민들이 상상이 갔습니다.
리듬감 넘치는 ‘d’가 i와 us 사이에 들어오면서 상품 제작자인 ‘나’와 구매자인 ‘우리’간의 연결성이 생깁니다. 브랜드가 의미를 더욱 풍부해지고 확장됐습니다. 컨셉을 함축한 ‘d’의 상징은 앱 아이콘으로도 쓰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브랜드 네임의 이니셜인 ‘i’가 디자인의 포인트가 된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디어스는 과감하게 ‘d’를 선택했습니다. 핸드메이드 디자인 중심의 상품들이 주로 입점해 있는 브랜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핸드메이드 디자인(design)의 ‘d’, 제작자가 꿈꾸는(dream) 이상적인 플랫폼 ‘d’가 ‘i’보다 훨씬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들은 심벌마크와 결합된 형식을 사용하는 워드타입의 로고에서는 별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벌마크’에서 충분히 전달할 메시지와 이미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결합된 로고타입은 가독성을 최우선해 디자인합니다. 심벌마크도 로고타입도 모두 과한 표현이 된다면 서로의 매력을 깎아 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죠. slack이나 toss의 로고처럼 소문자로 표기하거나, SANDBOX나 BRANDI처럼 대문자로 표기하는 정도의 고려사항이 있을 뿐입니다. 심벌마크가 결합된 로고타입들의 모습들이 비슷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로고타입의 성격이 확연이 다르면 모를까 같은 고딕류의 서체라고 하면 글자의 두께나 간격 정도만 변화를 주는 게 보통이죠. 특히 지금까지 예를 든 IT분야의 스타트업 브랜드의 경우 가로형의 직사각 틀에 벗어나지 않아야 웹사이트의 타이틀 등에 적용이 용이합니다. 당연히 조합 방식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대중 브랜드의 결합보다는 사각의 틀에 고정되고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심벌마크가 없는 워드형 로고의 경우에는 포인트를 어디에 둬야 할까요? 아이디어스 같은 탁월한 선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번째는 브랜드 네임의 이니셜, 제일 첫 글자에 포인트를 주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게는 이니셜을 상징화하여 심벌마크까지 연계하거나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BTS처럼 풀네임의 앞글자 이니셜로만 표현하듯, 디자인 또한 이니셜을 활용하는 방법이 브랜드의 대표성을 표현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gowid의 경우 ‘g’에 포인트를 뒀습니다. ‘wid’라는 가치보다는 ‘go’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go’가 의미적으로도 순서로도 앞에 있기 때문에, ‘W’에 포인트를 두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o에 이어지는 w의 조형성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표현도 불필요했을 걸로 보입니다.
두번째는 발음이나 음절 단위로 끊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메쉬코리아의 VROONG의 경우 ‘R’에 포인트를 둬서 ‘부’와 ‘릉’을 떨어 뜨리는 장치가 됐습니다. 사선의 역방향으로 올라가는 디자인 포인트 때문에 시선이 멈추게 되고, 읽기도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R’에 시각적 포인트가 생기지 않았다면 ‘VBOONG’이라는 밋밋한 문자가 어떻게 읽힐지 상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FOODFLY처럼 두개의 의미 단위가 결합된 브랜드 네임의 경우 두번째 단어에 포인트를 주는 방법입니다. FOOD와 FLY라는 확실한 의미의 구분이 있는 지점에 디자인을 포인트를 주는 방법입니다. 물론 STARBUCK와 같이 원래 대명사이거나 STAR, BUCK라는 의미 단위가 무의미한 경우에는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FOODFLY의 경우 F에 날개 모양을 표현해 ‘배달’이라는 브랜드의 특성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네번째는 브랜드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알파벳의 조건과 형태적 특성이 있을 때입니다. 이 경우 글자의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조건이 아닌 브랜드명을 가진 곳에서 따라하기 힘들어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좋습니다. 원격진단 플랫폼인 noul은 ‘o’에 포인트를 두어 진단, 시약 등의 이미지를 함축했습니다. Ai 기반의 간편결제 브랜드인 CHAi는 ‘Ai’의 부분에 %라는 기호를 포인트로 넣었습니다. 금융 브랜드로의 특성과 Ai라는 기술적 차별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디자인입니다.
마지막으로 로고의 포인트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축소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포인트를 두어 힘을 주는 것이 브랜드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 경우의 로고는 포인트가 없는 대신 전체 브랜드 네임이 한덩어리로 눈에 들어오고 탁월하게 읽히기까지 합니다. 해외여행 플랫폼인 TRIPLE이나 콘텐츠 구독 플랫폼인 PUBLY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Trip과 People이 합쳐진 TRIPLE과 Publication과 Public이 합쳐진 PUBLY는 화학적으로 완벽하게 합성된 단어이기 때문에 그 중간을 쪼개서 포인트를 두기가 굉장히 애매한 점이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5글자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디자인 포인트가 들어가더라도 복잡해 보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브랜드들의 로고를 중심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장점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디자인이 쉽고도 어려운 게 이런 부분 같습니다. 포인트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까지 영향을 줍니다. 사실 이 문제는 사실 조형적인 완성도나 표현의 감각보다는 뛰어 넘는 부분입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파고 들었을 때 보이는 부분입니다.
언뜻 보기에 비슷하지만 절묘한 디자인 포인트 하나로 브랜드가 하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객과의 관계도 재설정됩니다. 이 작은 로고 디자인 포인트의 날개짓이 브랜드가 속한 산업의 틀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요?
브랜드 로고를 만드는 일은 브랜드의 씨앗, 포인트를 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아무곳에나 막 심으면 안됩니다. 신중에 신중을 다해야합니다. 그 씨앗을 로고의 앞에 심느냐 중간에 심느냐 마지막에 심느냐에 따라 브랜드가 성장하는 힘과 미래의 운명까지 결정될 수 있으니까요.
| 브랜딩 브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