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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브랜드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브랜드 디자인 업무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브랜딩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게 결국은 브랜딩을 위한 하나의 방식이자 수단인데, 과연 이 게 브랜드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분명 도움이 되고 좋은 건 알겠는데, 수치로 설명할 수 없으니 참 막연하더군요.

그 생각에 더해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입장이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을 경험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깊이 해봤습니다. 관점이 조금은 달라지더군요. 

사실 디자인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선택해서 구입했던 상품들도 살펴보면 상품의 질과 서비스때문에 선택했지, 디자인 수준의 문제가 아닐때가 많았어요. 물론 일반인들보다야 더하긴 하겠죠. 양말 하나를 사려고 양말 브랜드를 전부 뒤져 볼때도 종종 있기는 합니다. 볼펜 하나를 고를 때도 문구점에 있는 걸 다 써보고 결정합니다. 심지어 인터넷 서점을 하나 고르더라도 서너곳의 앱을 다 사용해보고 일일이 주문해서 고를 정도로 만만치 않는 깐깐한 소비자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거야 내가 정말 집작할 정도로 관심이 있는 상품을 고를 때의 얘기구요. 보통은 상품보다는 브랜드의 신뢰도나 인지도를 보고 구입하는 편입니다. 디자인 자체에 반해서 구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간혹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호기심에 구매한 적이 있더라도, 사용해보고 품질이 좋지 않으면 재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말끔하게 잘 차려진 식당의 음식도 겉으로만 봐서는 모릅니다. 경험하고 맛을 봐야알죠. 식당의 외관도 근사하고 공간 경험도 훌륭했는데, 막상 음식이라는 콘텐츠를 먹어 보니 음식 자체의 맛이나 신선도 등이 떨어지면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겁니다. 

일반인보다는 평균 이상의 감각과 미감을 가졌다고 예상되는 디자이너인 저조차도 디자인이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의 최우선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브랜드의 문제를 모두 디자인으로 풀어내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물론 모든 구입 조건들을 충족하면서도 디자인까지 탁월한 경우는 완벽하겠죠. 그런데 과연 그런 브랜드가 얼마나될까요? 

그럼 제가 거금을 써서라도 구입하려고 했던 상품들의 요건은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디자인인보다는 상품이 가진 브랜드성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품이 가진 기능성, 품질, 경험, 분위기, 메시지, 정체성 그리고 그걸 만든 사람등의 철학과 비전까지 여러 요인들이 결합된 총합인 ‘브랜드’를 샀던 겁니다.

‘ 디자인 제공자에서 브랜딩 제안자로 ‘

이런 생각이 강해질수록 브랜드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제공해야할 것들은 디자인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인이 떠 받치고 있는 브랜딩이라는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됐습니다. 사실 십년 넘게 디자이너로 살아가면서 이 지점에서 스스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디자인이 전부라고 말해도 부족할 디자이너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어쨌든 그런 이유들로 저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생각의 중심에는 항상 디자인보다는 브랜딩 중심에 있었다. 이 디자인이 고객의 상품과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대한 검토와 병행하며 디자인을 했습니다. 디자인이 브랜드 전략과 스토리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브랜딩 구축 작업 중심으로 해가다 보니, 처음 디자인할 때의 고민이 다시 시작되더군요. 브랜딩은 어떻게든 구축하겠는데, 과연 이 상품이나 브랜드가 팔릴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팔리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얼마든지 근사하게 브랜딩할 수 있으니까요.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그래 보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식으로 시장에 나와 조용히 사라지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너무나 많죠. 그 상황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과연 ‘브랜딩 구축’만이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일까라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 과연 이 브랜드는 잘 팔릴까? ‘

그러고 나서 살펴보니 어떤 브랜드나 회사가 잘 나가는 건 꼭 브랜딩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경영을 잘해서, 인사관리 잘해서, 품질관리를 완벽하게 해서, 재고가 없어서, 실제 이익률이 높아서, 제품의 아이디어가 좋아서, 매장 위치가 좋아서, 부가가치가 높아서, 오랜 노하우가 있어서 등등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결합돼있었습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떤 점을 부각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사업이 성공할지는 경영의 여러가지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억원의 경영 컨설팅 비용을 써가면서 해결하려는 거겠죠.

이런 점에서 보면 브랜딩 서비스가 반드시 사업의 성패를 가르거나 생사를 좌우할만한 기본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결국은 브랜드의 운명을 가르는 건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에 있죠.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훌륭한지,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지는지, 잘 팔릴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브랜드와 디자인이라는 산업에 종사하면서 디자인에서 브랜딩으로, 그리고 결국 비즈니스 모델로 관심이 옮겨가게됐습니다. 

이런 관심의 변화와 함께 저희 회사 BRIK이 서비스하고 있는 항목도 브랜드 디자인에서 브랜드 컨설팅으로, 간단한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상은 대기업은 아니고 중소기업이나 1인 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사실 경영 컨설팅의 분야를 아직 진행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경영 컨설팅사가 제시하는 숫자나 그래프로 말할 정도로 확실한 대책이나 예측까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 컨설팅사의 서비스와 경영 컨설팅사에서 공통적으로 제공될만한 서비스하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결국 비즈니스로 ‘

하지만 지금보다 더 경험이 쌓이고 역량이 올라가면, 초기 비즈니스를 모델을 세우고 기획하는 일부터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희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경영 컨설팅의 숫자나 그래프를 그려내지는 못하겠지만, 비즈니스의 미래 그림을 기분으로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흐름과 길이를 더욱 선명하게 머리 속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상적인 컨설팅의 개념보다는 훨씬 더 실체적인 디자인적 사고와 브랜딩 관점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숫자나 확률로 표현이 안될 뿐 사람들에게 감동의 부피감이나 스토리의 무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브랜드 컨설팅과 경영 컨설팅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의 회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들은 독보적인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퍼셉션 최소현 대표님과 2분같았던 2시간의 밀도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그린 저희 회사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