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브랜드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인 요소뿐아니라, 브랜드 정신, 성격, 분위기 등 비감각적 요소까지를 포함한 총체적 이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고는 분명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워낙 많은 로고들이 세상에 나왔으니 표현 대상마저 겹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인데 신기한 건 표현 소재나 방식이 유사해도 로고가 담고 있는 스토리가 다르면 또 완전히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하이네켄은 같은 별을 표현했지만, 느껴지는 건 완전히 다르다. 같은 그린계열의 색상인데도 전혀 비슷해보이지 않는다. 하이네켄의 그린이 청량감을 준다면 스타벅스의 그린은 오히려 진지하고 점잖게 느껴진다. 제품 영역의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른 영역인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 둘 브랜드의 스토리를 다르기 인식하기 때문에 겹쳐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니의 날개와 제네시스와는 날개는 어떨까? 두 브랜드 모두 날개를 소재로 엠블럼을 만들었지만 우리 머리 속에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감성이 떠올려질 것이다. 미니가 자유로움과 위트가 있는 날개라면 제네시스의 프리미엄하고 럭셔리한 날개다. 구글과 쿠팡도 다색 조합의 컬러코드가공통점이다. 이를 통해 스펙트럼이 넓은 아이디어와 능력,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얘기한다. 또한 개방적이고 창의성 넘치는 IT브랜드다운 이미지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로고의 인상은 비슷하더라도 쿠팡이 구글을 따라했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 쌓여있는 구글과 쿠팡의 스토리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생김새는 얼굴에 자그마한 점을 빼고는 완벽하게 똑같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반 친구들 모두가 형제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얼굴 생김새보다는 쌍둥이 친구들의 성격적 특징이나 정서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같다. 한명은 굉장히 상남자 스타일의 무뚝뚝한 장군님 스타일인 반면 다른 한명은 무척 사교적이고 상냥한 개구장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유사한 표현의 브랜드를 구별하는 방식은 중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 쌍둥이를 알아봤던 인지 방식과 같지 않았을까?
쌍둥이 중 무척 개구졌던 한명과 나는 도를 넘는 심한 장난 때문에 치고박고 싸웠던 기억이 난다. 쌍둥이 둘다 같은 얼굴이였지만 유독 그 친구를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그 친구의 모습뿐만 아니라 성격과 말투와 특유의 분위기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브랜딩의 완성은 로고를 완벽하게 그려내는 게 아니라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와 성격을 좀 더 세세하게 규정해가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세상에 그 많은 별 모양의 심벌 중에서도 스타벅스의 별이 더 강력하게 내 마음에 들어 온 이유도 별 자체가 예뻐서라기 보다는 그 별의 스토리와 정신과 분위기가 은연 중에 내 마음에 깊이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그 쌍둥이 친구중 한명을 아직도 전혀 헷갈리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