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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일하기의 좋은 점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혼자 일하면서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백만스무개 중 딱 3개만 꼽아봤습니다.

가장 첫번째는 ‘자기 주도성’입니다. 쉽게 말해 사장 마인드인데요. 한명뿐인 회사지만, 내가 회사의 얼굴이다보니 회사와 관련된 일에는 발 벗고 나서게됩니다. 회사 다닐때는 신경쓰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던 주인 의식을 일년 365일 장착하게 됩니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요. 당연히 월요병도 사라지고요. 일이 많다고 투정은 부릴 수 있겠지만, 분노하거나실의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힘들고 고되도 모두 내 일이고 내 이력이고 내 자산이 되는 일라는 마음때문이겠죠. 그렇다고 회사 다닐 때 널널하게 대충 일했다는 건 절대 아니구요. 독립을 하고 나니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고 살아남야야 하는 절실함이 생가니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더 강화된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책임감이 중압감으로 다가오지 않고, 적당히 기분 좋은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를 믿고 맡겨준 일들이었기 때문이겠죠. 내가 이 모든 걸 주도적으로 하고 있고, 해내고 있다고 생각할 때만큼 행복감을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혼자일하기의 가장 큰 장점이 이런 자기 주도성을 통해 얻는 자기 효능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관계에서의 자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는 더 책임있고 긴장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회사 내부적인 관계에서는 이보다 자유로울 순 없죠. 조직이라해봤자 저 혼자니까요. 조직에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주의하는 에너지를 오롯이 내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고민해가는 것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입니다.

조직으로 이뤄지는 순간 할 수 없이, 관계에서 오는 자극들과 맞서야합니다. 그게 긍정적인 경쟁이든 개인의 역량을 시험해보는 시험이든 피로도는 쌓이게 마련이죠. 어디에도 완벽한 조직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혼자서 일하는 건 그런 관계에서 자유롭습니다. 그 이유 때문이라도 시작하기 참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잊고 그저 혼자서 새로운 사업이라는 영역에 발을 디디며 나아가면 되니까요. 친구나 지인과 동업을 하거나 가족과 동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죠. 서로 잘 맞아서 평생의 파트너가 되기도 하지만, 좋았던 사이가 사업 파트너가 되면서 파탄이 나는 경우를 주위에서도 많이 봐왔습니다. 두명의 머리가 시너지가 날 때보단 두세개의 머리가 부딪쳐 충돌을 일으킬때가 사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일하면 절대 그럴 일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과연 혼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함과 불안감으로 인한 내적 갈등과 충돌이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충돌이라는 것도 외부적 충돌만 할까 싶어요. 부부 사이에도 가족간에도 있는 충돌이 사회에서 만난 전혀 다른 남과 일어난다면 더욱 어렵겠죠.

조직과 팀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사업이 이런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일치되거나 또는 서로를 포기까진 꽤나 오랜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혼자서 일하기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마음 편한 일입니다.

세번째는 ‘시간적 여유’를 들 수 있겠네요. 혼자서 몸으로 떼워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몇날 며칠을 야근으로 보내야할 때도 있지만, 수주하는 일의 양을 적당히 조절할 수만 있다면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책상 위에 앉아있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쇼핑을 하면서도 전시회를 보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일에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가 있죠. 일과 노는 것의 경계들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와 같은 디자이너나 창작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시간이라는 자유를 얻는다는 건, 정말 가장 비싼 자본으로 간주되어야합니다. 수억의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몸이 아파서 쓸 수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외식업의 경우 하고 있는 사업이 너무 잘 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잠시 잠깐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경우도 많죠. 가장 좋은 직업군이라고하는 의사들도 환자를 대면해 진료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시간의 자유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혼자 일하기가 가능한 컨설팅이나 디자인 서비스의 경우는 일정 조정만 잘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의 자유를 보장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도 조직으로가 아니라,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의 시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건, 혼자서 왠만한 모든 걸 해결해낼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들어오는 일들이 온전히 내가 직접하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절대 그런 시간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겠죠.

이렇게 확보된 소중한 시간들은 가족과 함께, 건강을 위해, 여가와 개인 성장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또 이 시간들이 쌓이면 그대로 내가하는 서비스에 투영될 것이고, 그 혜택들을 다시 나의 클라이언트가, 나의 가족들이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생각하기에 혼자 일하기의 가장 큰 장점 세가지에 대한 생각을 적어 봤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페북이나 인스타를 회사 눈치 안보고 할 수 있다는 점, 점심 메뉴는 무조건 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 등등 여럿이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장점들이 많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말씀드린만큼의 좋지 않은 점들도 있지만, 좋은 점들이 그걸 뛰어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경험이 혼자 일하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혼자 일하기의 출발이자 너무나 중요한 요소인 ‘혼자 일하는 공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