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우리 브랜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불편해할 건 뭘까?’ 어제 비즈한국에서 주최한 ‘브랜즈비즈 컨퍼런스’에 참석해 일곱분의 강연자께서 말한 수백가지 브랜드 얘기 중 가장 기억나는 문장입니다. 500페이지 책한권에서도 머리가 탁 트이는 한문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컨퍼러스를 듣기 위해 하루를 다 썼지만, 저 문장을 머리 속에 담아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브랜드를 얘기할 때는 ‘고객들에게 어떤 좋은 걸 제공해야할까’라거나, ‘고객들에게 우리가 해줘야할 건 뭘까?’라는 긍정형의 질문을 하게되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말아야할 건 뭘까?’라거나 ‘고객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할 건 뭘까?’, ‘우리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불편해할 건 뭘까?라는 질문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필요한 질문들인데 말이죠.

이런 역발상의 질문, 부정형의 질문을 떠올리면 새로운 생각이 열릴 때가 많죠. 익숙했던 질문을 살짝 비트니, 새로운 비트의 생각들이 일어납니다. 원래의 리듬과는 다른 생각이 찰랑이기 시작합니다.

일년의 계획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죠. 올해 꼭 해야할 열가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올해는 절대하지 말아야할 세가지 정도만 정하는 게 실행할 확률이 훨씬 더 올라갑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 참 많은 소개팅을 했었습니다. 가끔은 다 너무 마음에 들고 좋은 분을 만났는데, 예상치 못한 어떤 한 부분때문에 갑자기 싫어질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땐 좋은 점들은 한없이 축소되어 보이고, 자꾸 싫은 부분만 더 크게 확대되어 보였습니다. 차라리 다른 부분은 다 평범하더라도 싫은 부분이 안 보였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한 뒤로 부터는 제 자신도 ‘상대가 좋아하는 건 뭘까?’를 생각하고 소개팅에 나서기보다는 ‘상대가 싫어하는 건 뭘까?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불편해할까?’라는 부정형의 질문을 했습니다. 상대도 내 마음과 같다면, 다른 건 평범하더라도 심각하게 싫은 부분이 없는 게 나을테고 그렇게 되면 다음 만남의 가능성은 높아질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니 사실 별로 어려운 건 아니었어요. 저같은 연애 문맹같은 사람까지도 알 정도로요.

얼굴과 머리를 단정히 할 것, 손톱은 짧게 깎을 것, 옷을 최대한 깔끔하게 입을 것, 무례한 질문이나 말은 하지 않을 것, 장소는 상대가 오기 좋은 곳에 잡을 것, 위생적이고 조용한 장소를 잡을 것, 이왕이면 예약을 해 둘 것, 내 얘기만하지 말고 많이 물을 것 등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안 지켜져서 보통 실망하고 호감의 확률을 깎아내리게 되죠. 소개팅에 실패할 확률을 낮추게 됩니다.

아무튼 이런 생각들을 실천한 덕분인지, 아내와의 소개팅에 성공하는 인생 최대 행운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행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정형의 질문을 했던 게 결정적인 도움이됐습니다.

어제 온 종일 강연을 들으며 이런 저런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더군요. 일곱분의 다른 색깔만큼 제 머리 속도 무지개빛 스파크가 마구 튀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오프라인 강연이라 너무 반가웠는데 이런 배움까지 얻어 보람됩니다. 강연은 생생한 경험과 생각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만 보고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 있더군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연사 한분 한분의 음색과 톤이 떠오릅니다. 들으면서 혼자서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눴던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이 번 컨퍼런스에서 얻은 ‘부정형의 질문’의 아이디어 얻었는데, 반대로 긍정형으로 참여할 때의 집중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온 종일의 공부가 그리 피곤하지다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오늘 제가 얻은 한문장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불편해할 건 뭘까?’

그리고 ‘브랜드’ 대신 ‘나’를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내가 없으면 사람들이 불편해할 건 뭘까?

물론 지금은 이 불편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없다면 이제 만들어가야겠죠. 우리 브랜드가, 내가 없으면 안되는 이유를 증명해가면 됩니다.

저는 그게 이번 컨퍼런스인 주제인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