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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단 하나입니다.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도 없고 각자에게 주어진 일인일생을 살아갑니다. 두서너개의 선택지가 있는 게 아니니 주어진 하나의 삶에 만족하면 살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에게 두세가지 삶의 모델이 주어지고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참 난감합니다. 인생 가장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삶을 선택해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대안이 더 좋아보이기도 합니다. 대안이 있다는 게 오히려 불행하고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타 등등의 대안들에 눈 돌릴 틈없이 오로지 하나의 선택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니까요. 그렇게 얻어낸 시간과 에너지는 나의 행복을 위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삶을 살아가는데 관계를 맺고 있는 브랜드들 중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선택의 고민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브랜드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갈팡질팡할 심리적 에너지를 아껴 내 시간을 쓸 수 있게 하니까요. 내 돈을 주고 사는 상품들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감정이 들다니 재밌습니다. 하긴 안그랬다면 쇼핑몰에서 있는 수백개의 브랜드들을 하나 하나 살피고 고르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 됐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브랜드를 선호하고 충성하는 확고한 취향과 기준을 가진 소비자가 되는 것도 충분히 행복함을 가진 사람입니다. 주변의 많은 상품들에 눈깜짝하지 않고 선택의 고통과 비용을 온전히 지켜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브랜드 입장에서도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만큼, 소비자 개개인 또한 나만의 취향과 소비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개인의 삶의 행복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브랜드와 상품이 넘쳐나는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이러저리 수백번 머리를 굴려봐도,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전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나만의 소비 매뉴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식당에서 매뉴를 고를 때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을 것 같아 짬짜면을 골랐는데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할때 말입니다. 이 맛도 나고 저 맛도 날 것 같은데, 실은 이저 저도 못한 맛만 보고 만족도는 많이 내려가는 거겠죠. 짜장 아니면 짬뽕 중 단 하나만 골라 그릇을 비워내야 포만감과 함께 선택의 만족감도 함께 따라올 건데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좋고 만족스러운 선택이 개인의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냥 지날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런 선택이라는 문제에 있어 굉장히 신중한 편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한번 결정하면 뒤를 잘 돌아 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반면 한번 선택한 것들에 꽤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요. 그건 제가 선택을 할 때 이런 저런 선택의 이유들을 붙이기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 쌀쌀하니까 짬뽕이다’라고 선택의 이유를 말해보는 겁니다. 비가 오니까 국물 음식이 더 좋을 것 같고, 쌀쌀하니까 뜨거운 국물이 더 어울릴 거라는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거죠. 실상 그 이유가 과학적으로 맞고 틀리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어떤 의류 브랜드를 살 때는 또 이런 이유을 듭니다. ‘이 브랜드 옷의 경우에는 포켓과 칼라라도 위트가 있고 디자인이 독특하다. 이 걸 입으면 나도 위트 있고 독특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내가 하는 일과 관련 시키면 스스로 선택의 합당함이 더해집니다.

심지어 차량 구입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이 차를 타면 귀여운 모양 때문에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거야’ 라는 이유를 붙입니다. 과연 그렇게 됐는지는 의문이지만, 구입할 때의 고민은 훨씬 줄었습니다. 내가 아니라 가족과 아이들이라는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이런식으로 백프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진 않더라도 선택 앞에 각각의 이유들이 붙으면 고민은 훨씬 줄어듭니다.

이건 제가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 제안을 할 때도 적당한 이유들을 앞에 갖다 붙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애매한 제안이 아니라 좀 더 확신에 찬 제안을 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확실한 이유가 있는 안이 한개만 있어도 그 제안은 성공적일 때가 많죠. 둘러댈 이유가도 없을 때 갯수도 늘리고 이것저것 군더더기도 붙여보고 양으로 밀어 보려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확신이 없으니 이사람 저사람에게도 물어 보고 설문도 하고 투표도 하게 됩니다.

제안을 하는 핵심 이유가 없으니, 다른 것들로 시선을 유도할 궁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안을 받는 사람이 모를리가 없죠. 당연히 그런 제안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이안은 이런 이유로 저안은 이러 이러한 이유로 좋다는 스스로의 납득이 확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성공적인 제안으로 완성될 때가 많습니다.

선택에 고민이 되신다면 어떻게든 그 선택에 힘을 실어 줄 이유를 만들어보세요. 그냥이 아니라 이유를 들이대면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납득할만한 힘이 생깁니다. 이렇게 선택의 이유를 만드는 일이 개인들에게도 브랜드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