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최근 정말 오랜만에 500페이지가 넘는 양장으로된 벽돌책에 도전했습니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게 불리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피하고 속이는 경우가 저도 참 많았거든요. 그런 심리가 궁금했습니다.

내용도 양도 제겐 정말 버거운 책이었는데,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지난 주말 완독했습니다. 사실 제가 궁금했던 의문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한가지 정말 인상 깊은 저자의 조언이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기 기만과 자기 편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직감으로 추정한 결과를 30프로 정도만 줄여 보라고 합니다. 그래야 실제 현실의 수치와 비슷하다고요. 그만큼 사람들은 현실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유리한대로 스스로를 속여가며 받아 들인다는 거겠죠.

이 방법을 내가 판단하려는 모든 상황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했어요. 모든 판단에는 애쓰지 않아도 주관과 편견이 굉장히 많이 끼여들기 마련이니까요.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자기기만은 생존에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회 생활에서는 각종 분쟁과 이슈를 만들게 됩니다. 심지어 심하면 전쟁까지 일으키기도 하죠.

연예계 방송계에서 대중들로부터 매장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대부분 자기 기만이나 자만의 과잉때문이잖아요. 스스로도 속을만큼 거짓을 꾸며대고 심지어 확고하게 믿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까지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저자의 말대로 내가 이런 정도의 생각과 판단을 했을 때, 100프로 확신하기 보다는 70프로만 하고, 내가 한 일의 성과를 스스로 측정할 때도 자신이 판단한 값에서 30프로로 빼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뺀 30프로는 내가 아닌 타인들의 판단으로 채워가구요. 그렇게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나와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겠죠. 그냥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과 보호를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유리한 쪽으로 스스로를 속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자기 기만의 역사입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한 장치로 거짓을 조장해왔습니다. 때론 전쟁을 정당화하고 살육과 살인을 죄책감 하나없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많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래왔듯이 말이죠.

이런 진화적 생존시스템인 자기기만에서 한발짝 물러나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한 내 확신에서 30퍼센트 확률을 빼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현실 그대로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건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