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혼자 일하며 회사를 운영해가는 건, 나라는 브랜드의 한계를 매일 실험하는 일입니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과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의 총합을 극단까지 투입해보는 일입니다. 결국 일인 회사를 한다는 말은 나라는 브랜드를 발견하고 실험하고 성장시키는 일입니다. 그렇게 성장 시킨 브랜드는 시장에서 평가 받습니다. 때문에 일인 기업에게 있어 개인 브랜드를 완성해가는 일은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경쟁력이 결국 나라는 브랜드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독립을 하면 브랜드의 한 구성원에서, 내가 곧 브랜드가 돼야 합니다. 조직이라는 브랜드의 일부였던 것에서 이제는 온전히 내가 브랜드여야하는 도전에 마주하는거죠. 일인 기업의 출발은 곧 개인 브랜딩의 출발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OO기업의 대리님, OO브랜드의 마케터가 아니라, 실장님 아무개, 마케터 아무개, 디자이너 아무개가 되는 일이니까요. 직책이나 직무를 떠나 나라는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되는 겁니다.

나라는 브랜드가 잘나가면 회사가 잘되고, 내가 못 나가면 회사가 잘 안돼죠. 내 능력치가 올라가면 회사의 능력이 올라가고, 내 이미지가 올라간만큼 회사의 인지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일인 기업의 성장은 곧 개인 브랜드의 성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을 반대로 바꾸면 나라는 브랜드가 그 자리에 멈춰있으면, 내 회사도 꼭 그 자리 그대로 머물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일인 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회사 브랜드의 비전 가이드라인을 잡아 보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몇개의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라도 비전을 그려내 보시길 권해드렸습니다.

그와 더불어 일인 기업은 회사뿐 아니라, 개인의 브랜드 또한 잘 구축해가야합니다. 일인기업의 모체는 결국 나이고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는 이미지와 생각들이 곧 우리 회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인 브랜딩이 곧 회사의 브랜딩이나 다름없는 일인 기업에서 어떻게 개인의 브랜딩을 해나가야할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는 ‘나’라는 브랜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일겁니다. 나라는 상품 브랜드가 이 시장에서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찾아가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가는 일이 일인 기업의 기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나의 아이덴티티가 더 정확히 확인되고 성장합니다. 강화된 개인 브랜드는 회사도 함께 성장하게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일인기업을 한다는 말은 개인 브랜딩을 하고 완성시킨다는 말과 같습니다.

혹시 앙드레김이라는 패션 디자이너를 아시나요? 저는 개인 브랜딩을 생각하면 머리 속에 가장 떠오르는 분입니다. 1962년 한국 최초로 남성 패션디자이너로 데뷔해 201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리나라 패션계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그의 모델이 돼야 슈퍼스타의 조건을 갖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대의 패션, 연예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분이셨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앙드레 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흰색 의상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색상의 옷 30벌을 번갈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 결과 당연히 매체 노출시에도 흰색 의상을 입은 앙드레 김이 복사되듯 등장했고, 여전히 제 머리 속에도 그 우아한 백색의 실루엣이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괴이한 화장과 이상한 말투 때문에 별로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옷에 투영했다는 생각을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브랜딩을 위해 30년을 의도적으로 평상복도 아닌 불편한 컨셉의 옷을 갈아 입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셨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의 옷 자체가 걸어다니는 브랜딩 매체이자 광고 수단이었으니까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의도한 자신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줬던 겁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패션 스타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옷을 통해 드러내는 퍼스널 브랜딩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유사한 일관성 있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패션 코드를 추구했던 한분이 또 있습니다. 애플의 창업주였던 스티브잡스입니다. 블랙 터틀넷, 리바이스 청바지, 뉴밸런스 992 운동화만 신었다고 합니다. 스티브잡스의 전기에 따르면 소니의 유니폼이 소니의 특징을 찾고 직원들의 단결성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얘기에 강한 인상을 받고 자신만의 유니폼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의 CEO 주커버그 옷장에는 한때 회색 티만 20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옷을 고르는 고민의 시간을 줄여 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모든 에너지를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쓰려고 했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주크버그도 그렇게 자신들의 철학을 매일 입는 옷에 드러냈고 이 행동은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던 하지 않았던 간에 이들의 개인 이미지의 브랜딩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패션 코드는 아니지만, 배달의 민족 창업주였던 김봉진 대표도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위해 머리를 밀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민머리를 하자 이 사람은 디자인을 참 잘 할 것같다는 얘기도 듣고, 그 전보다 사람들이 주목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앞 서 말한 패션 코드나 스타일이 개인 브랜딩의 전부는 아닐 겁니다. 패션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글, 행동과 말투, 그리고 철학과 가치관까지를 포함하는 정말 큰 개념이죠.

앙드레김, 스티브잡스, 김봉진 대표의 예를 들어 개인 브랜딩에 대한 얘길 꺼낸 건 그들처럼 무조건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에서 그런 스타일을 구축했는지를 참고해 보고 나라는 브랜드도 상품을 브랜딩하듯이 더 세심하게 전략적으로 브랜딩해가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옷이나 헤어스타일은 개인 브랜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요소들은 스스로가 하루종일 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반복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보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딩 매체이기도 하니까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옷으로 헤어스타일로, 악세사리 등으로 연출해보면 어떨까요. 나라는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주고 싶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상대방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말이죠. 이런 나만의 장치를 만들어가는 습관들이 쌓이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단지 스타일적인 측면을 넘어 개인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말입니다.

그럼 저는 지금까지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해왔을까요? 무슨 엄청나게 치밀하게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온 건 아니지만 제 경험을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저는 일단 나라는 브랜드가 브랜드에 엄청난 관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습니다. 실제로도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생각한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관점들을 SNS에 올려왔습니다. 그런 생각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들었던 좋은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브랜드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 브랜드의 고민도 함께 정말 잘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런 말이나 감사 인사를 듣는 횟수가 많아졌고 그렇다면 내가 주고자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브랜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위해 입는 옷들은 대부분 민무늬의 차분한 브라운이나 아이보리계열의 색상을 주로 코디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지하게 함께 브랜드의 미래를 상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됐습니다.

두번째로는 저는 주로 잘 들어주고 질문하는 사람으로 보여지로 싶었습니다. 물론 원래의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호의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의 문제를 풀어내는데 잘 듣는 것만한 게 없습니다.

보통 문제의 답은 문제의 질문에 있다고하잖아요. 잘 듣고 좋은 질문을 꺼내기 위해 신경을 쓰다보면 상대에게도 뜻밖의 더 좋은 대답이 나오기도하고 대화를 하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쓰는 안경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중도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안경이 보이고 이 안경의 모양이나 퀄리티 또한 듣는 사람으로서의 적합성을 나타낼 때가 있습니다. 너무 들뜨고 스포티한 이미지의 안경보다는 클래식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안경테를 고른 이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은 안경을 꼭 착용해야할 정도로 시력이 아주 나쁜 건아니지만, 미팅할 때는 반드시 착용합니다. 그 이유는 안경 쓴 인상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경이라는 요소가 제 개인적으로는 돋보기처럼 상대편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세번째로는 나라는 브랜드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될 것 같은데요. 솔직함과 신속성입니다. 답장은 최대한 빨리하고, 잘못된 건 바로 바로 알립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일을 해보니, 일을 잘하는 것 만큼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일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니까요. 잘못한 걸 숨기려고 했다가 기분 상하고, 빨리 대응 못하고 늑장 부리다가 실망했던 경험에서 교훈을 삼았습니다. 결국 상대가 나라는 브랜드를 느끼기에 ‘이 사람은 굉장히 솔직하다, 그리고 빨리 대응해준다’는 인상을 줬으면 했습니다.

이렇게 나를 브랜드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중요합니다. 단지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 개인 브랜딩 요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될지, 고객들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받을지를 생각하는 습관화하다보면 성공적인 개인 브랜드의 완성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당연히 회사 브랜드의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