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라는 단어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시대입니다. 기업 브랜딩, 제품 브랜딩, 커뮤니티 브랜딩, 콘텐츠 브랜딩, 개인 브랜딩까지. 심지어 최근에는 채용(HR)에서도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온갖 분야에서 브랜딩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연 이 모든 ‘브랜딩’ 활동의 주체들은 진정한 ‘브랜드’일까요?
이 모든 ‘브랜딩’ 활동의 주체들은 진정한 ‘브랜드’일까
브랜딩이라는 행위를 하려면 일단 ‘브랜드’가 존재해야 합니다. 고유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가진 브랜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브랜딩을 한다는 많은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브랜드명이 있고 로고가 있다고 해서 모두 브랜드인 것은 아니죠. 진정한 브랜드란 그 이상의 것이어야합니다. 브랜드가 없는데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마치 집을 짓기도 전에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브랜드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적으로 뚜렷한 합의점을 공유해야 합니다. 철학, 비전, 정체성과 같은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가치들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신은 단순히 문서로 정리된 선언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내부적 가치들은 외부에서도 인식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확한 메시지와 고유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이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관된 행위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결국 ‘브랜딩’이겠죠. 브랜드의 정체성이 이렇게 어느 정도 규정되어야 브랜딩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애매한 지점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뚜렷한 브랜드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브랜딩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브랜드화되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의 경우, 당장의 생존이 더 중요하고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하여 브랜드 정체성을 고민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진짜 브랜드인가’ 고민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방향 없는 브랜딩의 위험성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 브랜딩을 해나갈지’만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브랜딩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진정한 ‘브랜드’가 되는 길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핵심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해체되고 약화됩니다. 이는 마치 지도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당장은 바람 따라 파도 따라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위대한 브랜드가 된 기업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가졌습니다. 그 시작이 작은 골방이든 차고든 상관없이, 애플이 그랬듯, 아마존이 그랬듯, 창업자가 가진 뚜렷한 비전과 존재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에 그들은 처음부터 ‘브랜드’라는 지위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브랜딩 활동은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브랜딩보다 브랜드
결국 진정한 브랜딩을 위해서는 브랜드가 되는 선결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지속성을 책임지고, 브랜드는 브랜딩의 이유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와 브랜딩 개념이 서로 도우며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순서를 정해서 진행해야 한다면, 브랜드라는 기준이 어느 정도 윤곽을 형성한 후에 브랜딩을 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브랜딩은 방향을 잃은 배와 같이 표류할 뿐입니다.
오늘날 무분별하게 브랜딩을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한번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없는 브랜딩은 없습니다. 진정한 브랜딩의 시작은 브랜드 자체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명확한 정체성 확립에서 비롯됩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