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투브에서 한 영화감독이 진행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굉장히 무례한 질문인데, 그 감독은 덤덤하게 ‘봉준호 감독이죠’라고 말하더군요. 친분이 있는 감독들 사이에서도 의견의 여지가 없다는 추가적인 설명까지 했습니다.
진행자가 다시 묻습니다. ‘그럼, 어떤 점이 감독님과 다른가요?’ 어려운 질문일 것 같은데 생각보다 바로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건 영화의 이해도에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라는 장치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더 잘 표현해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저는 그 감독의 말 중 ‘영화를 잘 이해한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감독이라면 영화를 이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그 감독이 했던 말의 의도를 따져보니 아마도 이런 생각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모든 감독이 영화를 이해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해의 수준과 깊이가 모두 다르고 그 수준에 따라 감독의 수준도 갈린다’라구요.
이런 생각들을 하던 차에 스스로에게도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인 ‘브랜딩’에 대해 얼마만큼의 이해도가 있을까? 당연히 이 걸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일반인들보다야 더 많이 알긴 하겠죠. 브랜드라는 개념조차 희미한 사람들과는 한참이나 차이가 날것입니다. 하지만 수준있는 ‘브랜더’들 사이에서도 그럴까요? 물론 아닐겁니다. 브랜딩 업계 봉준호급 브랜더들에 비하면 저도 인터뷰했던 그 감독만큼이나 한명의 무명 감독일 뿐이겠죠. 봉준호급 업계분들이 자유자재로 브랜드를 가지고 노는 걸보면 저도 갈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오기도합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끊임없이 브랜드를 주제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내 수준을 끌어 올리기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자기화 했던 것처럼 저도 브랜드를 그렇게 만들고 싶은 마음때문이겠죠.
어쨌든 첫 단계는 내가 하는 일의 이해도를 올려 내 것처럼 만드는 게 시작일 것입니다. 어떤 개념의 이해를 위해서는 일단 최대한 거기에 익숙해져야하니까요. 어떤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보는 거죠. 사람을 사용해 본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한데, 사람을 써보면 이해되는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게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된 후에야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인 활용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활용을 하게 되면 이 일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지 감이 잘 잡히질 않죠. 일단 활용을 하더라도 적절하지 못하거나 효율이 떨어집니다. 시간까지 많이 걸립니다.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봉준호 감독은 영화 촬영 있어, 버리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딱 필요한 씬들만 계획한 시간에 의도한 연출대로 한번에 끝낸다고 합니다. 이처럼 내가 하는 일의 수준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활용하는 방법 또한 최대한 적절하고 빠르게 실행해야겠죠.
제대로 이해한 걸, 잘 활용했다면 이제는 완성만 남아있습니다. 화룡정점의 단계죠. 마지막으로 강조할만한 강력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남겨야합니다. 완성된 일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회상할 수 있고 납득이 되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성된 일이 지속적이고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게 순서와 흐름을 탄탄하게 편집하는 것도 이 단계일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일의 이해도라는 측면에서 내 일의 완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봤습니다.
요약하자 이렇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이해도를 넒고 깊게해서, 적절하고 빠르게 활용하고, 지속적이고 탄탄하게 완성해내는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꼭 영화나 브랜딩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여러분들께서 하는 일에 대입을 해보시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보강해 나갈지 쉽게 이해할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