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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이라는 락밴드가 있다. 락이라는 장르가 힙합에 비하면 맥을 못추고 있는 요즘이지만 작사 작곡에 연주 실력까지 갖춘 이 대형 신인 밴드의 출현은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이 밴드의 리더인 황소윤이 멤버를 찾는 과정을 얘기하는 걸 우연히 티비에서 보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황소윤이 멤버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드럼과 베이스를 연주자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샅샅히 뒤지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음악에 맞다고 확신한 두명의 연주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만났고, 그 두명이 지금의 멤버가 됐다고 한다. 보통 음악 분야에서는 아는 사람이나 소개를 통해 연주자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맞는 사람을 찾아 나서고 만나 팀을 제안했던 것이다. 채용 공고를 열어 놓고 오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팀에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서고 제안하는 이런 방식은 지금 시대에 정말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내가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협업을 위한 파트너를 찾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나도 함께 일하는 멤버 몇 분들은 SNS를 통해 새소년 밴드와 비슷한 경로로 만날 때가 많다.

SNS를 하다보면 정말 재능이 넘치는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이 많다. 그런데 가만보면 이것 저것 다 잘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 분야에서는 꼭 이 사람이여야할 정도로 좋은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개중에는 못하는 게 없을 것 같은 능력자들도 있긴하지만 아주 극소수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사실 협업 제안하기 부담스러울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거나 유명 회사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그런 분들이 아니라도 개인으로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분야별로 뛰어난 재능과 감각을 가지신 분들도 참 많다. 내 경우 그런 분들은 팔로워하면서 계속 눈여겨 보는 편이다. 그들이 작업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사실 최종 목표는 언젠가는 꼭 맞아 떨어지는 프로젝트로 함께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실제로 그렇게 오랜 기간 눈여겨 본 두분과 함께 브랜드 네이밍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네이밍은 내 전문 분야는 아니라서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네이밍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내가 프로젝트 매너저가 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불안함을 안고 그 분들에게 자신있게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잠시 잊고 자신있게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건 그분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부족한 점까지도 보완해 줄만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확신이 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순간에 온 게 아니라 1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SNS를 통해 내 눈과 머리로 직접 검증한 결과였다.

이 분들과 함께한 팀 경험은 정말 오랜만에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줬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건 말할 것도 없고, 함께 같은 프로젝트를 경험한 팀이 됐던 건 더욱 보람됐다. 앞으로도 이와같은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 팀이 하나 더 생겼다는 의미도 있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외주 비용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너무 뿌듯했다.

물론 처음부터 새소년 밴드처럼 데뷔부터 압도적인 실력과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닐지라도, 앞으로 차근 차근 손발을 맞춰 나간다면 점점 더 멋지고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지금의 시대는 나와 맞는 사람이 와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시대라는 생각을 했다. SNS에 서로가 올려 놓은 콘텐츠를 보면서 합을 맞춰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사실 포트폴리오나 이력은 화려하게 꾸미고 과장하기 쉬운 반면에 SNS 채널에 올려 둔 많은 콘텐츠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 잠깐의 화장으로 가릴 수는 있겠지만, 그걸 몇년동안이나 유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나는 이런 SNS의 장점을 활용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고 내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파트너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관찰해 갈 예정이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1인 기업인 나에게 더 없이 든든한 자산이 돼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