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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높이가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이라면, 브랜드의 깊이는 브랜드가 가진 철학입니다.

튼튼하게 구축된 ‘이상의 높이’와 ‘철학의 깊이’가 비슷한 길이를 가진 브랜드가 오래갑니다. 순간 잘 팔릴 수는 있지만, 오래 사랑받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철학과 이상을 가진 브랜드여야 가능합니다.

창업 초기, 브랜드 런칭 초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철학과 이상을 설정하고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막상 사업이 시작되고 해야할 일들이 많아지다보면, 그런 시간을 다시 갖기 어렵습니다. 그 때의 마음과 자세로 되돌려 시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는데 멈춰서서 다시 그 과정을 밟아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멈출 일이 생겼다면,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가 되겠죠. 그리고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성장에 탄력을 받으려면 처음 시작하던 몇배의 열정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 빠르게 가려다가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립니다.

브랜드를 사람에 자주 비유합니다. 비슷한 점이 많지만 조건이 참 많이 다르긴 하죠. 사람은 이미 태어나서 저절로 이런 것들을 갖출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습니다. 부모에게서 배우는 유년기를 거쳐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사회에서는 선배들에게 배웁니다. 준비 기간이 적어도 20년은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려고 하는 사업이나 브랜드 런칭의 준비 시간은 어떤가요?

기껏해야 몇 개월, 몇 주일때가 많죠. 충분한 자본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극소수의 사업자들을 빼면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그 촉박한 시간 안에 시장에서 쓸만하고 매력적인 인재가 되어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거죠.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혼돈의 청소년기는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시장은 그런 시간까지 여유있게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생태계의 특성때문에 저는 오히려 사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앞서 말한 브랜드의 철학과 이상을 고민해보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실행의 기준이나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되기 위해 청소년기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되겠네요. 물론 이 시기가 사람의 일생과는 달리 불과 몇달의 짧은 시간에 이뤄내야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은 최소한의 것들만이라도 생각해두고 점점 보완해 가면서 성장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 최소한의 일이 브랜드만의 철학을 땅 속 깊이 꽂고, 이상을 높이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구성이 강하고 장수하는 기업들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시작해 그들만의 이상을 이뤄 나갔습니다. 브랜드의 철학이 깊으면 고객들의 마음 속에도 금방 뿌리를 내립니다. 독창적이고 매력있게 보이는 브래드의 이상은 고객의 눈에 금방 띕니다.

이러한 시간과 과정을 건너뛰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착실히 밟아 나가는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의 깊이와 이상의 높이로 세워진 브랜드 첨탑들이 멋진 광경을 이루는 브랜드 생태계를 꿈꿔봅니다. 그런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