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대단한 이유는 기존 선배 물리학자들이 남긴 숙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문제 자체를 바꿔 버렸다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혁신적 접근법에 의해 만들어진 ‘상대성 이론’은 단순한 물리학 이론을 넘어, 인류의 인식 방식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쳤죠.
그렇다면 이런 위대한 사고의 결과물 ‘상대성 이론’에서 얻을 수 있는 브랜딩 관점에서의 인사이트는 뭘까요? 연관성 있는 세 가지 인사이트를 추출해 봤습니다.
첫째, 브랜드는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 인식이다.
제품이 좋기만 하면 팔린다는 고정되고 절대적인 예전의 비즈니스 사고방식은 오늘날 브랜딩의 관점에서 보면 잘 맞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고객의 감성과 취향, 주변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브랜드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나 길이 등 물리적 특성이 달라진다’는 개념과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선 프리미엄으로 인식되는 브랜드가, 아시아에선 굉장히 캐주얼한 브랜드가 되기도 합니다. 애플 제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혁신의 아이콘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싸고 폐쇄적인 브랜드일 수 있습니다. 동일한카페 브랜드라도 해도 인식은 달라집니다. 커피라는 절대적 제품 요소는 같지만 브랜드가 전달하는 정서적 가치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합니다. 스타벅스가 감성,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여유 등의 인식을 가진다면, 이디야는 합리적이고 가성비 있는, 생활 속 브랜드로 인식됩니다.
그러므로 제품의 기능, 품질, 스펙을 우선하는 과거의 산업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들마다 어떤 감정 상태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둘째, 소비자 인식의 속도에 따라 브랜드의 시간은 달라집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며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관찰자가 처한 주변 조건에 따라 시간은 모두 다르게 흐릅니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들의 일상의 시간에서도 흔하게 일어나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할 때의 1시간이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는 1시간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소비자가 경험하는 브랜드에서도 마찬가지죠. 고급스럽고 느린 동선과 여유로운 응대가 이루어지는 명품 매장에서의 시간은 기다림이 오히려 설렘으로 바뀌는 구조입니다. 대기하는 30분의 기다림조차도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되죠. 반면 빠른 결제와 짧은 동선, 최소한의 접촉을 유도하는 무인점포에서는 5분도 굉장히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그 공간을 금방 떠나 버릴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시간이라도 브랜드가 설계한 경험의 수준과 시간의 밀도에 따라 ‘체감 시간’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속도와 밀도에 따라 시간의 감각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브랜드는 이러한 시간의 차이를 고려한 경험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브랜드 메시지는 관점이 바뀌면 전혀 다르게 해석됩니다.
상대성 이론의 핵심인 관찰자에 따라 물리량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브랜드 메시지에서도 수용자의 관점, 경험, 기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 Be Yourself’라는 브랜드 메시지는 관점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해방감을, 어떤 이에게는 공허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은 각 수용자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운동선수에게는 ‘포기하지 마, 계속 도전해’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사회적 약자에겐 ‘너의 삶을 두려워 말고 살아내’라는 용기를, 일반 소비자에겐 ‘운동을 시작할 이유를 찾지 말고 그냥 해봐’라는 권유의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브랜딩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어야 하겠습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구(Who)’에게 전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메시지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이해될지, 메시지는 어떻게 읽힐지를 미리 파악해 보고 그 경험의 과정을 설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내부로의 시선이 아니라, 고객의 시선에서, 상대적인 관점에서의 브랜드를 생각하며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쌓고 비전을 이뤄가야 하겠습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이러한 브랜드가 가진 절대적인 정체성때문이 아닙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생각하는 상대적 인식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브랜딩을 해나가야하겠습니다.
| 브랜드 콘셉트 빌더 ⓒ BR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