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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커뮤니티에서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푸념>이라는 제목의 글을 우연히 봤습니다. 자신은 배려할만큼했는데 직원들의 태도에 실망스럽고 서운하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사정을 들으니 생각하시는 게 참 반듯하고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셨어요. 물론 직원들의 반론은 대충 그려지지만, 그 사장님이 쓰신 글만은 거짓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사실과는 별개로 사장님이 좀 짠하고 딱해 보이긴했어요. 그런 하소연은 이런 커뮤니티가 아니라 가족들에게 하거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장님들에게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평범한 회사원들만 득실거리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시다니 참 용기있고 현실 감각도 좀 많이 떨어져 보이셨습니다.

마치 자녀가 아직 없는 젊은 미혼 남녀를 앞에 두고 아이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 놓는 우리 과장님같기도 했구요. 트로트에 완전히 꽂혀 있는 어머님께 BTS 너무 좋다고 들어보라고 강요하면서, 그들의 히스토리를 열변을 토하는 따님 같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도 안해봤냐며 자신을 유년시절을 영웅처럼 그려내는 부장님같기도 했습니다.

참 입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 생각이 다르죠. 그런데 한편으론 사장님의 하소연이 공감도 갔습니다. 저처럼 혼자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사장이기도 하지만 직원이기도 하니까요. 사장 마인드로 쉬프트키를 눌러 생각하면 그 분의 심정이 백번 이해는 갔어요. 하지만 또 그런 말을 들은 직원들의 머리 속은 어땠을지도 너무나 선명하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건 제가 아마도 사장도 직원도 아닌 딱 중간자 입장에 있기 때문일겁니다. 저와 같은 일인 기업은 때론 사장처럼 외주처와의 관계도 꼼꼼히 챙겨야하고요. 때론 고객사의 직원처럼 충직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양쪽을 사장과 직원의 경계에서 서서 일하는 게 어쩌면 기업의 관계 상황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직장에 소속돼 있을 땐 이런 상황이 잘 보이지 않죠. 아무리 직원으로써 주인의식을 갖는다고 해도 사장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설파해도 어디 귀에 들어오나요. 난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머리는 가득 차 있는데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은 분명 위치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게 사고회로와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직원과 사장의 경계에 있는 입장에서 그럼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은 어때야 할까요?

높은 연봉, 완벽한 복지, 배움과 성장 등 등 이런 요소들이 과연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위에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깊이 공감해야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기업가나 정치가들은 모두 이런 비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단지 계산이 빠르고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비전 창작자들이었습니다. 기업이나 사람 앞에 ‘성공적’이 아니라,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으려먼 이런 비전을 품는 일은 필수겠죠.

이 비전을 서로가 정말 진심으로 공유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고, 공감할 수만 있다면, 비록 높은 연봉과 완벽한 복지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제는 이런 비전의 공유도 없이, 서로 공감만 받으려고 이해만 받으려할 때 발생하죠. 이럴 경우 노력하면 할수록 관계는 꼬이고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건 가족같은 소규모 공동체나 친구 사이같은 단 둘만의 관계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 같은 꿈을 그리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면서 함께 비전을 품었던 친구와는 시간이 오래 흘러도 중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하게 됩니다.

직원과 사장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위계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 공동체를 만들어야합니다.

아직은 일인 기업을 지향하지만, 언젠가 다인 기업을 만든다면 만들고 싶은 이상적 회사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