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티비를 보는데 아웃백 광고가 나오더군요. 반가웠습니다. 광고가 반갑기까지 하다니 정말 드문 일이죠. 예전에 한참 많이 들었던 추억 속 노래를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엔 참 많이 갔던 곳이죠. 주말이면 친구, 가족들과 온 사람들로 대기가 한시간이 넘을 때도 많았을 때가 있었어요. 오렌지 빛 조명이 얼굴이 예쁘게 보여서 소개팅하기 좋은 곳으로도 알려졌던 곳인데, 이제는 왜 잘 가지 않게 되었을까요.
우리 동네에 있던 곳도 이제는 미국 서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주유소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그 곳을 지날 때면 대기를 받아 기다리던 사람들의 긴 줄이 생각나네요.
제도 생각해보니 최근 3년 사이에는 가본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아웃백 뿐만 아니죠 빕스나 애슐리, 매드포갈릭 등도 마찬가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왔다 갔다 하면서 먹어야 하는 부페식이 좀 꺼려지는 이유도 있지만, 다들 저같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패션뿐만 아니라 식문화도 이렇게 유행을 탄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이런 걱정과는 너무나 다르게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는 요즘 너무 잘 나가고 있더군요. 기사를 찾아봤는데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의 양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에는 엄청난 적자로 인해 진대제 전 정보통신 장관이 만든 것로 유명한 토종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됐다고 하는데요. 그 이 후로는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유일하게 두자리 수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장의 포인트는 바로 기본이자 주력 메뉴인 스테이크에 충실하면서 프리미엄 전략이었다고 합니다. 달라진 주인이 가장 먼저 한일은 그 동안 냉동으로 썼던 스테이크 고기를 냉장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냉동이 유통면에서 훨씬 쉽고 유통기한 관리도 좋았는데, 신선한 스테이크의 맛을 위해 완전히 바꿨다고 합니다. 스테이크 전문가들인 각 지점 쉐프들을 총 동원해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매장에서 평균 일단당 지출 비용이 1만 9천원선이었는데, 이 정도 가격으로는 영업 이익률이 너무 적다고 판단해 3만 5천원선으로 조정했다고 합니다. 가격이 올라간만큼 매장 인테리어도 더 호주스러운 현지 분위기로 고급화하고, 혼밥족을 위한 존도 만들었다고 해요. 전반적으로는 2030세대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게 더 젊은 레스토랑으로 변화 시켰다고 하네요. 더구나 코로나 시기를 맞아 딜리버리 메뉴들까지 발빠르게 대응해 이제는 안착을 한 상황이랍니다.
2013년쯤 마르쉐, 씨즐러, 데니스, 베니건스까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한국 시장에서 이런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선전은 인상 깊습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작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79억원, 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41%씩 증가 하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특히 영업이익률의 상승이 눈에 띄는데, 이는 IT노하우를 가진 사모펀드의 수요 예측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결국 이런 성과는 치킨업계 2위 기업인 BHC에 2,300억 원에 인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 BHC그룹은 또 어떤 경영 전략을 통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쟁력을 키워갈지 기대됩니다. 최고의 닭은 튀겨내는 기술과 최고의 소고기를 구워내는 기술이 만난, 프랜차이즈 그룹. 미래가 궁금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2014년 거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의 부흥기로 소생한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완전히 새롭게 부활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외식업계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 CJ그룹의 빕스(-27.8%), 이랜드의 애슐리(-11.6%), 롯데의 티지아이프라이데이(-9%) 등이 역성장하고 있는 수치가 그에대한 방증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그 많던 경쟁자들은 사라지고 빕스 정도만 비슷한 체격으로 경쟁을하고 있을 미래가 그려지긴합니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좀 비대해 보이는 아메리칸 아저씨같은 식당은 1인 가구의 증가, 웰빙, 다이어트, 비건이 대세가 되고 있는 현재의 식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죠. 아마도 새로운 류의 외식 브랜드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를 대체해갈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같은 반전을 꽤할 브랜드가 나올지는요.
그래도 업계의 불황에도 경쟁력을 다시 살려내고 있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보면서 몇가지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생각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름에도 걸맞게 정말 먹을만한 ‘스테이크’ 메뉴를 만들었낸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인데 어려운 시점에선 사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 않았을까요.
둘째는 두배 가까이 비싸져도 서비스 경험과 맛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지불할 고객들이 많다는 확신을 하고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입니다. 어림잡아 거의 2배가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걸보면 외식업이 꼭 백종원식의 가성비로만 승부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맛과 함께 고객에게 어떤 분위기와 경험을 줄까를 고민했던 게 아웃백의 재성공요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셋번째는 발빠르고 유연한 대응입니다. 거대 프랜차이즈라는 무게감과는 대조될 정도로 팬더믹 상황의 대응이 빨랐습니다. 딜리버리 메뉴를 신속하게 대응하고 거기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등 위기에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뚫고 돌파하려는 자세가 좋아 보였습니다.
넷째는 IT 노하우로 미리 수요을 예측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로 수요가 예측되면 그에 따라 유통 비용과 재고 비용이 혁신적으로 절감됩니다. 인력의 활용도까지 올라가서 생산성도 최대치가 되겠죠. 이제는 외식업도 푸드 테크 시대입니다. 데이터로 고객의 취향과 기대를 읽고 분석하는 게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다섯번째로 결국 브랜드의 강력한 힘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웃백은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여전히 우리 머리 속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중간에 빕스와 업치락 뒤치락 순위을 바꾼 경우는 있지만,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면에서는 압도적이었죠. 그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고 명맥을 유지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다섯가지 배울 점들을 떠올리며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아웃백에 들려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