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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낯설게 하는 게 기회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서의 포인트는 ‘조금’에 있습니다. 낯설기만해서도 안되고 ‘조금’의 정도로 낯설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예로 들어 본다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노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친근한 영화, 어디엔가는 있을 것 같은 익숙한 제품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막상 찾으면 없는. 그런데 그것들을 경험해 보니 예상했던 것들보다는 조금은 달랐던 경험을 주는. 본질은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의 변주가 생기는 제품들이죠.

떡볶이의 본질은 뭘까요? 떡과 고추장소스를 버무려 익힌 간식입니다. 주식이 아니라 식사 사이에 가볍게 먹는 음식이죠. 본격적인 음식이라기 보다는 사이드 메뉴같은 거죠. 개념은 그렇지만 본질은 떡과 고추장이라는 새빨간 소스가 아닐까 합니다. 떡볶이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일단 본질은 유지해야합니다. 다른 떢볶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하고 싶다고 해서 떡대신 다른 재료를 쓰거나 고추장대신 다른 소스를 쓴다면 그 본질은 흐려지게 되죠. 색상으로는 빨갛고 하얀, 맛으로는 맵고 약간 달달한 게 떢볶의 본질적 요소입니다. 그런데 그 게 사라져 버린다면 떡볶이의 상징성이 퇴색될 것이고 그걸 본 사람들은 떢볶이의 본질이 사라졌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떢볶이를 가까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떡볶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질은 유지하면서 조금 낯설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겠죠. 그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떡볶이에 매운 맛을 넣어 조금 낯설게 하거나, 알싸한 마늘은 넣어 조금 낯설게 하거나, 밀떡 대신 쌀을 넣어 더 쫀득한 식감을 넣어 조금 낯선 식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방법등이 되겠죠.

가령 낯설고 다르게만 팔아보겠다고 소스를 고추장대신 짜장이나 카레같은 걸 넣는다면 본질이 흐려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먹었는데 맛이 케첩처럼 신맛이 나도 안되겠죠.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서 떡볶이를 간장으로 만들어 거무튀튀한 색이라면 그 메뉴 단독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떡을 면발처럼 만들어 이게 우동인지 떢볶이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겠죠.

사람들 인식 속에 있는 떡볶이라는 상징 그대로 붉은 색의 걸쭉한 국물에 손가락마디 정도의 두께와 길이로 만든 떡이 들어가 있어야 떡볶이인 것입니다.
겉보기엔 차이가 거의 없어보이는 유명 떡볶이 가게들의 성공요인이 거기에 있습니다. 누가봐도 떢볶이로 보이돼 맛이나 재료가 다르죠.

맥주하면 떠오르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시원한 탄산맛과 시원한 목넘김이죠. 물론 약간 텁텁하고 진한 흑맥주도 있고, 탄산이 다소 적은 에일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있지만 노란빛에 거품이 있는 투명잔에 마시는 술이라는 상징성을 깨서는 브랜드로서 크게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인식 속 맥주에 대한 연상을 너무 벗어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너무 낯설기만해도 사람들은 외면합니다.

이런 예들을 보면 브랜드가 속해있는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범주를 생성하려는 노력보다 원래 있던 범주내에서 사람들 인식의 테두리 내에서 약간 다르게, 조금 낯설게 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게 디테일이고 탁월한 차이를 만드는 일이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생뚱맞게 다른 걸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라해도 현재 산업의 범주 자체를 완전히 벗어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우주산업도 이미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어떤 범주 안에서 조금의 낯설음, 약간의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어떻게든 벗어날 궁리를 하게 돼죠. 그러다가 조금 달라야 하는데 완전 달라져 나타나게 됩니다. 새롭다는 것과 생뚱맞은 거랑은 완전히 다른데 말이죠. 이건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달라질려고 노력했던 게 생뚱맞는 걸 만들어낼 때가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산업의 범주안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그라운드 안에서, 인식의 프레임 안에서 ‘조금’ 낯선 방향을 찾아내는 일을 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 생뚱 맞음으로의 도피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 조금이 약간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상적인 다름의 정도가 조금씩 가늠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대부분의 정답은 저 멀리 우주에 있지 않습니다. 나에게서 아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주 약간 지나온 시간 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