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하면 당근 모양 심벌이 떠오르고, ‘직방’하면 방으로된 아이콘형 마크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타다’에는 왜 ‘차’가 없을까요. 왜 ‘다방’엔 ‘방’ 모양이 그 어디에도 안보이는 걸까요. 스타트업 브랜드들이 각각 이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미루어 짐작해 본 겁니다. 제가 개발 당사자는 아니니까요.
‘당근’이 쓰는 브랜드 로고는 가장 쉽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당근이니 당근을 표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당근을 그려 놓으면, 당근 파는 식품점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과다한 걱정을 하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고 브랜드 이름이 당근인데, 당근을 피해 ‘중고’, ‘거래’ ‘플랫폼’, ‘당신’, ‘근처’등의 키워드를 에둘러 표현하는 게 맞을까요?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됐기 때문에 이렇게 확신을 하는거라구요?
아닙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조건 당근의 로고는 무조건 당근을 그려내야했다고 봅니다. 안그럴 거였다면 번개장터나 헬로마켓처럼 중고거래를 표현할만한 브랜드 네임을 지었어야했습니다.
‘당근’이라고 명명한 건, 기존의 중고 플랫폼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와 방향성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니까요.
이렇게 당근 모양을 심벌로하면 장점이 많습니다. 이미지성이 강해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 금방 그려지기 때문에 시각적 소통이 훨씬 수월하죠. 문자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삼성폰과 애플폰 본체가 아니라 마크만 따지고 본다면 어떤 게 눈에 잘 띄고 직관적일까요. 당연히 그림에 가까운 구상형의 사과 마크가 눈에 확들어옵니다. 중고나라같은 기호를 활용한 추상적 마크보다는 훨씬 유리합니다. 헬로마켓은 그 중간 정도가 되겠네요. 헬로우라고 인사하는 손짓을 그려냈으니까요.
지금까지 당근마켓처럼 구체적 심벌이나 아이콘이 있는 로고의 장점들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타다나 다방같은 브랜드는 왜 당근마켓이 ‘당근’을 그린것처럼 ‘차’나 ‘방’을 그리지 않았을까요. 따져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타다’와 ‘다방’은 문자의 조건이 문자 자체를 마크화 하게 좋게 생겼습니다. 타다가 아니라 ‘탈까’라면 어떨까요. ‘다방’이 아니라 ‘딴방’같은 조합이면 어땠을까요. 딱히 디자인을 안해도 표기 사항만으로 복잡합니다.
그에 비해 타다는 참 유리한 조건이네요. 우선 ㅌ와 ㄷ의 초성의 모습이 유사합ㄴ다. 중성인 ‘ㅏ’까지 공유합니다. 반복과 유사성이 있는 기막힌 조합입니다. 브랜드 네임할 때부터 당연히 이런 장점을 의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음과 모음이 모두 직선형이라서 도로나 속도감의 표현이 용이 합니다. 문자형 마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죠. 이 포인트를 잘 포착해 시스템화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량입니다. 문자 마크가 가진 장점을 참 극적으로 잘 살린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도 보이고 이동도 보이고 속도도 보이는데, 굳이 차까지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자동차라는 이미지는 광고할 때 항상 따라 붙어야합니다. 더구나 브랜드 홍보를 위해 자동차의 차체에 큼지막하게 붙이는 걸 생각 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다가 ‘차’를 굳이 로고로까지 그려낼 필요가있을까요? 차 또 차, 차차차 계속 차의 이미지만 보인다면 지루할 뿐만 아니라, 계속 강조하다보면 혹시 자동차를 파는 브랜드가라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살펴보니 ‘타다’의 문자형 로고는 필연처럼 느껴지네요.
그런데 다방이 방을 그리지 않은 건 타다와는 좀 다른 전략으로 보입니다. 브랜드 런칭 초기에는 다방도 직방처럼 집모양의 심벌마크를 썼습니다. 아무래도 시장 진입 시에는 이 방법이 브랜드를 인식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당근마켓을 식품 브랜드로 오해하는 일은 많이 없어도, 다방은 사실 정말 커피전문점으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커보이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기에는 안전하게 방이나 집모양의 상징을 함께 쓰는 게 좋은 전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방의 경우 직방의 후발 주자로 인식됐죠. 미투 브랜드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두 브랜드를 헷갈리는 소비자들도 많았을 겁니다. 이런 고민에서 다방의 최근 브랜드 리뉴얼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직방과는 완전히 다른 색감과 문자형 로고로 리뉴얼을 했더군요. 그와 더불어 부동산 계약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는듯합니다. 리뉴얼된 브랜드 로고를 보니 그야말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부동산 카테고리에 국한된 비주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당근마켓, 타다, 다방 브랜드 로고를 분석하며 심벌형 마크, 문자형 마크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왜 그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
어떤가요? 이런식으로 브랜드가 변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다보면 로고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뭘 그려야할지를 찾는 일’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브랜드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창조력에만 의지해 전담시킬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로고 하나를 그려내고,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는 브랜드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로고가 그려지는 생각의 과정은 사실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디자인이 나와야하는 논리만 있다면 누구나 아이데이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디자인은 ‘어떻게 그리느냐’를 찾는 일이 아니라, ‘뭘 그릴지’를 결정하는 일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이 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궁금하네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뭘 그려내고 있고, 왜 그걸 그려야한다고 생각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