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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우연히 법륜스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말이 한동안 머리 속에 떠나질 않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말이었어요. 그 사람이 내 눈에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다른 사람도 분명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에게 빠져있는 당사자가 되면 그 상황을 잘 모르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만 보일 뿐, 남이 생각할 그 사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에게 좋아 보였다면 그들에게도 좋아보일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말이죠.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관계가 형성되면 우리는 세상에 너와 나만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 걸 상품이나 브랜드에 적용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가령 내가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나에게 오로지 나와 둘만의 관계로만 인식됩니다. 그런데 실제 그렇지는 않죠. 나같은 추종자들이 여러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통 그 생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저 스마트폰 쇼핑몰 창에 보이는 그 브랜드의 상품과 내가 이 세상에서 전부로 여겨지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런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돼도 정서나 감정이 작용합니다. 가령 내 차를 ‘씽씽이, 붕붕이, 흰둥이등으로 부르거나 신발도 모델명을 귀엽게 줄여서 ‘뉴발’처럼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 어떤 분은 삼성 갤럭시 초기 모델일 때 휴대폰 밧데리를 교체하기 위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게 개폐하는 장면을 보고, 수술을 위해 개복하는 환자를 상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휴대폰이라는 게 하루 종일 손으로 만지고 들여다 보는 물건이다 보니 그런 애착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손에 놓쳐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나말고도 주위 사람들 모두 미간을 잔뜩 찌프리며 걱정의 눈인사를 건네기도 하니까요.

이런 점에서 보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고객들과 밀착하고 스킨쉽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를 친구처럼 여기고 일대일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게 브랜딩의 핵심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브랜드와의 이런 경험들이 결국은 세상에 브랜드와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지속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가져오게 하겠죠.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그런 관계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다른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대일의 관계를 더욱 신경써야하는 브랜드 입장과는 반대로 개인의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 주변에 나 말고 어떤 경쟁자들이 있는가를 신경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머리 속엔 그 사람만 보일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머리 속 현실은 그 주변에 나와 같은 많은 추종자들로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하고 관계를 맺어 가려고 시도한다면 아마도, 그 이전에 일대일의 관계로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죠. 너와 나의 관계에만 매몰됐던 인식이 더 확장되어 너와 나, 너와 그들, 나와 그들로 비교되다보면 그 안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더 이상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브랜드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도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무수히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릴 수 있는 매력있는 브랜드에서 멈추지 말고, 브랜드와 일대일로 있을 때에도 개인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걸 목표로 해야합니다. 그래야 더 높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브랜드가 됩니다. 모두에게 조금씩 사랑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수라도 맹렬히 사랑해주는 브랜드가 되는 게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건 사람 역시 마찬가지구요.

#브랜딩브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