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환경 의류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문의해 오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오죽 답답하셨으면 궂은 날씨에도 사무실까지 찾아오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내 사업처럼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현재 상황을 들어보니 이미 사업 모델을 정하고 쇼핑몰까지 만들어 운영을 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몇개월이 지난 현재 고객들의 반응을 보니, 자신들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나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노출과 도달율에도 불구하고 구매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업을 이대로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많으셨겠죠.
현재하고 운영하고 계시는 쇼핑몰을 한번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이 건 쇼핑몰일까? 회사 소개 웹사이트일까? 물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제작된 쇼핑몰인 건 맞는데, 상품 라인업과 개수도 제한적인 데다 구매욕을 자극하고 쇼핑의 기분을 느낄만한 장치들이 부족했습니다. 분명 제품을 팔려고 만든 쇼핑몰인데 홍보의 목적에 더 충실한 회사 소개 사이트처럼 보였습니다.
친환경을 테마로 웹사이트의 분위기를 만든 건 좋았습니다. 다만 그 목적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인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뭔가 멋있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분들이 운영하시는 브랜드의 개념을 ‘패션’으로 접근해야할까, ‘친환경’으로 접근해야할까?
저는 당연히 ‘패션’이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로 비싸게 만들어도 입고 싶고 사고 싶을만한 패셔너블한 장치가 없다면, 의류 사업으로써의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분들께 업의 개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렸습니다. 업의 개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도 스타일도 완전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고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도 이런 업의 개념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간단히 분해하고 조립하실만큼 시계를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러는 가운데 시계라는 산업의 개념에 대해 파악하셨다고 합니다. 분해와 조립의 과정에서 깨달은 건 시계는 무브먼트의 정확성이나 기능성보다는 브랜드와 패션의 가치를 구매하는 패션산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런 회장님의 경험이 그대로 적용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삼성 스마트워치의 경우에도 업의 개념이 잘 적용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 워치 초창기에는 제품의 개념이 ‘스마트 기기’였습니다. 반듯반듯 딱딱하고 반짝 거리는 차가운 전자 기기였죠. 디자인도 그런 추세를 따랐죠. 그러다가 최근에는 개념이 바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스마트 기기’라기 보다는 완전히 ‘패션 소품’처럼 보이거든요. 디자인이나 소재, 색상도 다양하고 언뜻보면 일반 시계와 구분이 안될 정도입니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상담하신 분들이 운영하는 ‘친환경 의류 브랜드’의 업의 개념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친환경 개념의 브랜드여야할까요? 의류 패션브랜드여야할까요?
저는 이분들이 하는 사업의 개념이 ‘패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친환경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그 걸 활용해 옷과 스타일을 팔아야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환경 소재를 얼마나 썼고, 얼마나 퀄리티있는 제품을 사용했는지가 중요하기 보다는, 이 브랜드의 제품 디자인과 스타일이 어때야할지,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할지, 어떤 고객들을 주요 구매층으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더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연계해야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 고객들이 운동을 즐기는지, 캠핑을 즐기는지, 여행을 즐기는, 실내생활을 주로하는지에 대한 것들이 명확하게 파악돼야하는 거죠.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용도와 환경에 맞는 옷을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은 참 마법같습니다. 친환경에 관심에 높아지면서 친환경이라는 말만 붙으면 어떤 제품이든 어떤 기업이든 좋은 이미지로 보이게 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사업을 하는 주체조차도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너무나 긍정적이고 호감이 깃든 이미지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벗어 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친환경에맘 집중하다보니 사업의 본질이나 개념 등 그 이외의 것들을 놓친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누가 친환경으로 만든 제품을 마다할까요? 내가 사는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는데, 두 손들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친환경으로만 팔리지는 않습니다. 그걸 이용해 어떤 걸,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인가를 규정하고 설계하는 일이 더 먼저이고 중요합니다. 거기에 따라 사업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친환경을 주 개념으로 잡고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친환경 운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처럼 오인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은 이 브랜드를 사고 싶고 입고 싶은 브랜드로 느끼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협조해야하는 브랜드로 느낄 것입니다. 앞 서 말한 스마트 워치의 사례에서 ‘스마트’가 아닌 ‘워치’가 제품의 개념이 됐듯이, 친환경 의류에서도 ‘의류’가 브랜드의 개념이 되어야합니다.
이런 사업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수정하고 발전 시켜, 그 분들께서 앞으로 더 좋은 사업 모델을 구축하셨으며 좋겠습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제품의 품질을 꼼꼼히 생각하시는 바른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 꼭 성공하리라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