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티비를 보는데 가요무대가 나오더군요. 참 대단하고 신기했습니다. 주변 미디어의 엄청난 변화 속에서도 저 프로그램은 마치 티비라는 액자에 박제된 것처럼 수십년째 저 자리에 그대로라니. 오랜만에 본 무대와 화면의 질감을 요즘과 비교해보면 좀 괴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인터넷 티비 가입자가 케이블 티비 가입자를 넘어 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한 티비를 본다는 얘기죠.. 앞으로 인터넷 티비가 케이블 티비를 따라잡은 X자 그래프는 점점 더 큰 X자를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티비는 사람들에게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인터넷 티비와 그렇지 않는 티비를 비교하자면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지나쳤던 방송들은 물론이고 최신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점일까요? 유투브를 티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걸까요? 둘다 아닌 것 같구요. 요즘 같아선 그 것보다는 넷플릭스를 티비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넷플릭스가 이제는 저희 집 거실 티비에서도 하나의 채널이 되고있습니다. KBS, MBC, SBS, tvN 등 지상파, 종편채널을 휙 둘러보다 재미 없으면 넷플릭스로 채널을 돌립니다. 이제는 넷플릭스가 가요무대나 쇼미더머니랑 경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넷플릭스 채널은 인터넷이 연결된 전세계 모든 티비에서 송출된다는 겁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 사막에서도 아마존 밀림에서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너무나 쉽게 접근 가능한 채널이 된 거죠. 전세계 모든 사람이 인터넷이 되는 티비 리모컨 버튼하나면 동시에 넷플릭스라는 채널을 시청 가능합니다. 심지어 핸드폰이나 테블릿 피씨등 인터넷이 연결된 어떤 디스플레이에서도 티비를 보듯 시청할 수 있습니다.
방송 신호를 송출해 화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아날로그식 티비가 절대 따라 올 수 접근성입니다. 버튼 하나로, 엄지의 작은 움직임 하나로 접속이 가능한 편의성을 가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된다면 이 편리한 영상 플랫폼에 올라탈 수가 있습니다. 장벽은 단 하나, 한달에 일정비용을 지불해야 하다는 건데요. 한달 내내 마음껏 콘텐츠를 골라 볼 수 있는 즐거움에 비하면 사실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한번 등록하면 언제 빠져나갔는지도 모를 내 돈이 넷플릭스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안봐야지 하고 해지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 그대로 겠죠.
넷플릭스를 넘어설만한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이 나온다면 당연히 갈아타겠지만, 지금의 격차를 보면 쉽지 않아보입니다. 넷플릭스에는 이미 많은 영화 드라마 컨텐츠가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계속해서 쌓일수록 경쟁자와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쏠림현상도 더 심해질거라는 예상이됩니다.
이렇게 넷플렉스의 독주로 더 잘 된다면, 그들은 더 좋은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고, 더 엄청난 스케일과 퀄리티의 영상들이 제작되겠죠. 그 것들이 다시 쌓이고 쌓여 넷플릭스의 콘텐츠 자산이 선순환이 될 것입니다.
저는 최근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한 넷플릭스 콘텐츠 열풍의 원인을 ‘접근성’의 극대치를 잘 설계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쉽게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 이 접근성은 기존 아날로그식 티비나 극장, 뮤지컬, 공연 등에는 없는 것들이죠.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언제든 쉽게 헤매지 않고 나도 모르게 가입이 돼버리는 사용 경험을 하고 나면 뭔가 홀린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물론 이렇게 쉽고 편리하게 구축된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접근성 하나 잡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을까싶습니다. 더구나 이런 고화질의 영상이 끊김없이 인터넷 망을 통해 플레이되는 매커니즘은 분명 실로 어마어마한 데이터 압축 기술력과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불가능했겠죠.
이런 넷플릭스의 승승장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전 세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접근이 쉬운 컨텐츠, 접근하기 좋은 제품, 접근하기 좋은 가게, 접근하기 좋은 친절로 등등 ‘접근성’으로 일단 승부를 봐야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컨텐츠가 좋고 제품이 좋고 품질이 좋다고 해도 접근하기가 어려우면 시도 자체가 어렵습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죠.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접근하는 과정과 여정 하나 하나를 세세하게 살피고 분석해 봐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고객이 브랜드를 찾아 올 때는 너무나 쉽게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아니 마음 먹기도 전에 가입을 하고 구독을 완성하레 만들어야합니다. 대신 올 때는 쉽게 왔지만, 쉽게 떠나지는 못하게 만들 콘텐츠는 충분히 세팅을 해놔야겠죠. 그건 제품의 품질일 수도 있고, 서비스의 수준일 수도 있고, 특별한 이벤트나 경험이 있어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넷플릭스가 마치 시냇가의 물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으로 흘러 들어와 우리 마음까지 스며 들었듯이 우리의 브랜드도 고객들이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넷플릭스를 보면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