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떤 면에선 주관적 논리학입니다.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논리와 방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가는 과정이죠. 객관적 근거 자체로는 힘이 없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흥미로운 스토리와 전개한 주관성이 들어가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모두 엇비슷해보입니다. 가령 하라켄야와 디터람스에게 같은 제품의 디자인을 맡긴다면 어떤 디자인이 나올까요? 극한의 단순함과
여백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의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정한 거리 두고 본다면 구분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의 과정 사이 사이를 가까이 들여다 본다면 결정하는 포인트와 해결방식에 있어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가 디자인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소. 보이지는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의 근간.
모든 철학은 결국 철학자들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리입니다. 객관적 사실만으로 생겨난 철학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철학자만의 관점 바로 주관의 완성이 바로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됩니다. 그렇게 보면 디자이너 고도의 생각이 개입된 디자인 결과물 또한 주관적 산물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모든 결과물들이 자식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구요.
빈틈없을 것 같던 객관과 논리의 틈 사이로 주관과 감각을 끼워 넣는 일 디자인. 그 매력이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라는 세글자만 봐도 설레게 하는 힘이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