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광고 기획을 하는 어느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다. 자신은 광고를 구상할 때는 항상 충격을 줄만한 도입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를 든 방법이 다소 경악스러웠다. 만약 자신이 학교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고 해보자. 그 분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용히 쪽지를 건네거나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당연하게 생각난다. 나라도 그런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다. 물론 말걸기 자체가 어마 어마한 용기와 모험적인 시도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선배의 접근법은 내 상상을 뛰어 넘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보자마자 커피를 쏟는 도입부를 생각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상적인 만남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그게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이후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상대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이다. 다소 과격하고 거친 방법이라 절대 먹히지 않을뿐 아니라,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이라서 절대 시도조차 하지 않아야할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꽤나 인상적이고 신선했는지 십년이 넘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 선배가 노린 건 이런 인상적인 도입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밋밋하고 뻔하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보다는 다소 충격적인 접근을 하는 게 낫다는 걸 나에게 알려주려 했던 것 같다.

하긴 요즘처럼 넘쳐나는 정보와 경쟁자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우리 제품과 브랜드의 이미지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성에 대한 접근을 예로 들었지만, 내가 타겟으로 하는 고객에 대한 접근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한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자연스러운 접근 > 호감도를 쌓고 > 일리있는 설득 > 구매로 이어졌다고 하면, 그 선배의 접근은 의외의 접근 > 충격적 비호감 vs 반전의 호감(으로 성공했을 경우) > 감정의 화해 >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그저 그런 접근보다는 인상적인 첫만남으로 각인 효과가 있고 결과가 좋다는 보장이 있다면 해볼만한 시도가 될 것같기도 하다. 다만 커피는 반드시 아이스로 해야할 것이다.

의외의 접근은 바로 호감도를 상승시키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인상적인 출발로 만남을 시작하게 한다.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고 앞으로를 상상하게 한다. 특히 우리같은 일인 기업에게는 그런 인상이 중요하다. 규모가 있고 지명도가 있는 다른 회사와는 뭐 하나라도 달아야 한다. 앞 서 말한 커피를 엎지르진 못하더라도 뭔가 우리 회사와 나를 인상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치들이 있으면 유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지만, 고객과의 첫만남에서 인상적인 장치를 회사 초기에 생각했다.

첫번째는 명함이다. 일반 명함의 두께보다 3배 정도로 했다. 신용카드 두께보다 두껍다. 받자마자 고객들이 느끼는 약간의 충격과 감탄을 보는 감상은 특별했다. ‘ 역시 브랜딩과 디자인하는 회사는 다르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편이다. 그걸 소재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명함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고 원하더 바였다. 두툼한 두께감이 ‘브릭’이라는 사명과도 어울린다. 은은한 질감과 먹박으로 후가공한 처리가 고급감을 준다. 명함 하나가 내가 말하고자하는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두번째는 준비다. 상담 미팅 자리에 갈때도 간단한 문서를 준비해가는 편이다. 프로젝트에 관한 간략 리뷰와 예상되는 간단한 해법정도를 준비해간다. 생각지도 못한 준비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놀라고 흡족해한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오시다니 놀랐습니다’라는 반응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상대에 대한 관심을 내 스스로 표현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미팅 자리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소개팅 전 부담 안될 정도의 작은 꽃다발을 준비는 기분이다. 준비가 된 만남은 긍정정적인 신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성사되진 않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두가지는 창업 초기부터 우리 회사만의 특별한 만남의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1인 기업은 혼자라는 게 부족하고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하고 독특하게 우리 회사를 알리는 장치를 개인화해 만들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1인 기업이 아니었다면 명함 한장 당 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싸게 만들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다수의 인원들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 1인 회사라는 장점을 살려 고객에게 다가가는 인상적인 방법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 이런 만남을 위한 포인트와 준비만으로도 많은 회사들 중 하나가 아니라, 좀 더 특별하고 희소가치가 있는 회사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잘하는 회사를 찾기도 하지만, 다르다고 느껴지는 회사를 찾을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