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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단 하나의 장면, 단 한곡의 노래, 단 한편의 글, 단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일 때가 많다. 수백곡의 노래를 불렀지만, 수백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어떤 가수를 대표곡 하나로, 어떤 감독의 영화 한편으로 기억한다. 선택해야할 정보들로 넘쳐나는 복잡한 세상이다. 소비자들의 머리 속은 이미 포화상태니 확실한 정보 하나를 넣기에도 버거운 건 당연해 보인다.

‘결국엔 하나다’

이 문장은 혼자 회사를 운영해가면서 속으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이 말에는 이것 저것 잴 거 없이, 의미없이 숫자만 채울 거 없이, 단 하나의 최고 제안만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물론 대부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으니 꼭 그렇게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고자 하는 말이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방향성을 잡을 때나 디자인을 구상할 때도 이 문장을 머리 속에 항상 담고 지낸다. B안 따위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담대함과 무모함으로 정신을 무장해야 단 하나의 좋은 A안이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 말을 계속 되뇌이지 않으면 자꾸 쉬운 대안을 찾아 가려는 유혹이 생긴다.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그 주의에 것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그 이유는 이것 저것 따져보고 핵심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주의를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선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하는데 그 걸 내 머리가 자꾸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좋은 생각은 있는 힘껏 모았다가 다시 펼치고, 다시 모으기를 반복적으로 해야 나온다. 그 과정에서의 에센스가 바로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그 게 힘들고 어려우니 계속 주위만 빙글 빙글 돌면서 쉬운 대안들만 쉽게 찾아내려고 하는 꼼수를 부리고 싶은거다.

‘이게 싫다면 이 걸 꺼내 봐야지’

어떤 제안을 할 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것도 좋아할 것 같고 저것도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턴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확실한 하나가 없기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진다. 문제가 생각할수록 어려워 보인다.

사실 제시하는 안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좋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가장 좋은 조건의 베스트를 찾아 제안해야한다. 그게 우리같은 제안자들의 임무다.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좌판에 물건들을 쭈욱 늘어 놓듯이 펼치고 골라보라고 하는 건 고객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주는 게 아니라 고통일 수 있으니까.

‘수십가지 서브보다, 단 하나의 메인’

한정식을 싫어한다. 뚜렷한 메인없이 수십개의 반찬과 음식이 나오면 어떤 걸 먼저 먹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먹고 나서도 내가 그냥 밥 한끼를 때운건지, 대단한 요리 하나를 먹었는지 헷갈린다. 그나마 코스요리는 메인이 거의 마지막에 나오니 그것만 잘 음미하고 판단하면 돼서 좋다. 앞 뒤가 어떻게 되든 메인디쉬의 퀄리티가 할말을 잃을 정도로 맛있었다면 사실 나머지는 서브메뉴들은 결국 메인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쯤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쉐프들도 그걸 아는지 메인디쉬에 자신이 없을 때는 그걸 커버하기 위해 자꾸 서브에 힘을 준다. 정작 메인디쉬인 스테이크는 그저 그랬는데, 세계 각지에서 나오는 형형색깔과 맛이 나는 소금으로 스테이크의 낮은 퀄리티를 무마하려던 레스토랑이 생각난다.

우리 회사가 하는 제안도 쉐프들이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브랜드 디자인 컨셉을 잡고 거기에 맞는 아이디어 찾다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비슷 비슷한 안들이 달려 나온다. 그런데 다양한 안들 중 최종적으로 고객이 선택해야하는 안은 사실 딱 한가지 뿐이다. 간혹 두세안의 좋은 점만 섞어서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러다보면 원래 가진 안의 맛이 사라진다. 그럴 바에야 안쓰는 게 낫다. 결국 최고의 메인 디쉬 하나를 뽑아야한다.

1인 기업은 혼자다. 이사람 저사람 없이 단 한명이다. 당연히 일에 있어서도 ‘단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해야한다. 단 하나의 유일한 컨셉을 제안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가장 자신있는 맛 하나로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는 쉐프가 돼야한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하고 과감한 생각이 습관화 되어야한다. 그래야 좀 더 더 빠르고 확실한 단 하나의 제안을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우리가 선택해야할 건 결국 하나다. 욕심 나더라도 두개의 인생을 살 수는 없는 일이다. 1인 기업의 운영도 이런 산택의 상황을 염두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