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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살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15년 정도 피웠다. 담배 끊는 사람은 독하다고 상종 말아야한다는 흡연 선배들의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정도로 금연이 어려운 거라면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은 포기하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산과 라이터와 담배를 들고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세가지를 다 잡을 수 없는 손 때문에 우산이 비스듬하게 꺾이면서 머리에 물벼락을 맞았다. 그때 생각했다.

‘이거, 참 멋없고 폼 안나네’

사실 처음 담배를 배운 건 폼 잡기 위해서였다. 영화에 나오는 동경하던 남자 배우들은 하나같이 담배 하나는 꼬나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물벼락 사건이 있고 나서는 담배 피우는 행위가 전혀 멋있지가 않았다. 내가 잘생긴 영화배우라고 해도 폼이 안 날 것 같았다. 일단 흡연이 내게 좋지 않는 리스트를 쭈욱 써봤다. 한 스무개는 됐던 거 같다. 피워야할 이유는 사라지고 끊어야 이유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금연의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째. 금단 현상이 찾아왔다. 다행이 많이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담배 대신 사탕을 물었다. 레몬맛 사탕과 함께 달콤한 일주일이 금새 흘렀다. 맙소사! 벌써 일주일이나 금연을 하다니! 15년 동안 한번도 안해본 일을 일주일이나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들뜨게 했다.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냈단느 생각에 정말 뿌듯했다.

이 걸 한달을 더 해낸다면 기분은 또 어떨까 상상했다. 어떻게든 지금까지 해온 걸 더 높게 쌓아서 더 큰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다. 여태까지의 시간이 헛되지 않게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달이 가고 일년이 되고 십년이 훌쩍 넘어갔다.

물론 중간에 그 간의 인내가 단번에 깨질 수 있는 유혹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고백하건데 지금도 담배 냄새가 예전에 필 때처럼 향기로울 때가 꽤나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왔던 걸 깰만큼의 유혹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지켜온 걸 앞으로 더 지켜가고자 하는 힘이 수십배는 크다.

‘ 당장하고 짧게하고 반복하고’

1인 기업을 해 오면서 금연의 기억을 떠올릴 때가 많다.

하루 하루가 쌓이는 것의 힘을 몸소 절감하고 있다.

처음부터 1년을 생각하지 말고 하루를 잘 넘겨보자고 시작했던 사업 초기를 지나 벌써 4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루 하루가 쌓이니 금방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났다.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하루 하루를 촘촘하게 잘 보냈더니 대박 성공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런 4년차를 보내고 있다. 4년 동안 구축해 온 나만의 세계는 이제 주변에 교류하는 다른 세계들까지 생겼다. 하루 하루 남겼던 나의 생각들이 그 세계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끈을 만들어주었다. 

2012년부터 인스타에 올려 온 짧은 생각들이 2022년이 된 지금 1000개의 포스팅이 됐다. 팔로워도 3천을 조금 넘었다. 사업 초기 2년 동안 없었던 문의와 프로젝트 의뢰가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채널이 됐다. 앞으로 남길 1000천개의 생각들은 인스타를 이용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채널이라도 계속 쌓아갈 것이다. 꾸준히 내 생각을 키우고 남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을 나눌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1년 후까지를 계획하고 작정했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이다. 금방 지쳐서 한달도 못갔을 거 같다. 하루 하루 해보자는 생각으로 짧고 가볍게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러가지 사업 계획들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1년치 계획이 아니라 당장 오늘 생각난 계획들을 적어 본다. 메모장에 일단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그러면 언제든 더 좋게 발전시킬 여지가 생긴다. 생각은 계속 변하고 내 주위의 환경도 계속해서 변하니까. 너무 먼 계획은 별로 도움이 안될 때가 더 많다.

당장 오늘 하루의 성공, 자고 나면 다음 날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계속 가져가려고 했다. 4년간 어느 정도 몸에 베자 관성이 생겼다. 이제는 처음할 때 처럼 크게 힘이 들지 않게 됐다. 담배를 끊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그럴 것이다. 어떤 목표가 있더라도 너무 멀리 있는 산이 아니라, 일단은 동네 뒷산부터 정복해가자는 생각으로 오를 것이다. 막막하고 어려운 문제가 앞에 나타나면 담배를 들고 편의점 앞에 서있던 비오는 날 어느 가을을 생각할 것이다. 금연을 다짐하고 하루 하루를 쌓아오다 무려 1년이 넘고 10년이 넘었던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 그날은 바로 오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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